월간 중부기록

한 학기를 마치면 선생님으로부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성적표를 받게됩니다. 성적표를 보며 ’내가 학교생활을 이 정도 하고 있구나, 혹은 어떻게 하고 있구나‘ 가늠할 수 있죠. 이처럼 성적표는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출결상황, 학교일정, 태도평가 등 한 학기의 학교생활이 오롯이 담겨있는 소중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간 중부기록」 12월은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학교 성적표를 통해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소장기록 한 장면

1940년 경성재동공립심상소학교 성적통지표
1940년 경성재동공립심상소학교 성적통지표

이 소장기록은 1940년 경성재동공립심상소학교의 성적통지표입니다. 표지에 새겨진 일장기와 황국신민서사가 눈에 띕니다. 황국신민서사는 일제가 조선인에게 일본 천황의 신하된 백성으로서 충성심을 세뇌시키기 위해 암송을 강요한 맹세문으로, 중일전쟁 발발 직후 미나미 지로 조선총독이 내건 “국체명징, 내선일체, 인고단련”이라는 새로운 교육방침에 따라 만든 것입니다.

조선총독부는 황국신민서사를 보급하기 위하여 모든 공식, 비공식 행사에서 서사를 암송하도록 관공서와 학교, 모든 단체에 통지했고, 학교에서는 칠판 상단에 서사가 쓰여진 액자를 걸도록하여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이것을 암송하도록 강제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과서, 통지표, 인쇄물, 서적 등의 표지나 내지 첫 장에 인쇄하여 조·종례와 수업 시작 전에 모든 학생들에게 이를 반드시 낭송하게 하였습니다.

| 일왕과 조선총독부 기념일로 점철된 각종 학교기념일

경성재동공립심상소학교 성적통지표
1938년 경성재동공립심상소학교 성적통지표

일제강점기 학교 기념일은 모두 일왕 또는 조선총독부의 시정 기념일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각급학교의 휴업일은 방학을 제외하고는 역대 천황의 탄생일, 전쟁 승리 기념일, 메이지유신 기념일 등 일본 황실과 관계된 기념일과 일본의 명절로 채워졌습니다.

천장절: 천황의 탄생일
명치절: 메이지유신 기념일
육군기념일: 러일전쟁에서 펑텐 전투 승리 기념일
해군기념일: 러일전쟁에서 쓰시마 해전 승리 기념일
조선총독부시정기념일: 조선총독부가 통치를 시작한 기념일

학교의 주요 행사에서는 일왕이 지침으로 주는 '교육칙어'를 봉독하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합창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중일전쟁 발발 후 전쟁 수행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기 위하여 국체명징일, 애국일, 근로존중일, 노력분투일, 극기 인고일, 신사참배일 등의 행사 등의 각종 학교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신사 참배를 하건,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모금, 제작, 헌납하고, 일본 제국주의와 황실을 기리는 기념식과 훈화 등의 행사로 점철되었습니다.

교동공립보통학교 기원절식 행사 사진
1936년 교동공립보통학교 기원절식 행사 사진
테라우치 총독 조선인 관공립보통학교 생도접견 행사사진
테라우치 조선총독의 초청으로 접견 및 원유회 행사에 동원된 조선인 보통학교 생도들의 모습이다. 호도원 일대는 새로운 통감 또는 총독이 부임하거나 일본 천황의 탄생일인 천장절(天長節)과 같은 기념일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대규모 원유회(園遊會)가 곧잘 벌어지던 공간이었다.
테라우치 총독 조선인 관공립보통학교 생도접견 행사사진
테라우치 총독 조선인 관공립보통학교 생도접견 행사사진

1906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 교육정책에 따라 변화된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역사를 더 알아보고 싶다면? > 기록속의 식민지교육, 일제강점기의 보통학교

| 1960년대 생활통지표(성적표) 살펴보기

생활통지표(성적표)는 시험의 점수, 출결상황과 더불어 선생님들의 평가나 수업의 태도나 평소 행실까지 표기되기 때문에 그 학생이 학업에 얼마나 성실한지, 어떤 역량과 장점을 지니고 있는지 등을 나타내는 도표가 됩니다. 그렇다면 예전 학교 통지표는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지금과 비슷한 듯 다른 1960년대 통지표를 세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962년 서울재동초등학교 생활통지표
1962년 서울재동초등학교 생활통지표

①신체검사표

키, 몸무게, 가슴둘레 등 체격검사 결과가 기재되었습니다. 학교는 매년 또는 주기별로 학생들의 성장을 측정하는 검사를 시행합니다. 간단히 키, 몸무게 검사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시력 검사, 청력 검사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②행동·특성 평가

담임 선생님이 한 학기 동안 학생의 생활습관과 행동을 관찰한 후 그 특징과 잠재력, 학생의 개인적인 능력에 대해 적는 칸입니다. 이를 통해 부모는 학교에서의 자녀의 행동 특성이나 개선점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③성적표

과거 성적을 매기던 방식은 '수우미양가'로 분류하는 평어였습니다. 과목에서 90점 이상을 받으면 '수', 80점 이상은 '우', 70점 이상은 '미', 60점 이상은 '양', 그리고 나머지 60점 미만은 '가'로 표기됐습니다. 이 평가방식은 이후 예체능 과목에서는 2009년부터 폐지되었고, 2014년에는 전 과목에서 폐지되었습니다.

※’수우미양가’ 성적표의 의미

'수우미양가‘ 각각의 뜻을 살펴보면 모두 잘한다, 좋다는 의미로 학생을 향한 선생님의 다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秀)는 '빼어날 수'로, 가장 뛰어나고 훌륭하다는 뜻이고, 우(優)는 '넉넉할 우'로 흔히 우수하다고 할 때 쓰이는 우 자입니다. 미(美)는 '아름다울 미'로 훌륭하고 좋다는 의미며, 양(良)은 '어질 양'으로 양질의 제품과 같이 활용되는 양 자입니다. 가(可)는 '옳을 가'로 좋다, 가능하다, 허락하다 등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낮은 등급의 '꼴찌' 학생들에게 낙제 대신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뜻을 가진 말을 점수로 매겨준 것입니다.

1962년 서울재동초등학교 생활통지표
1962년 서울재동초등학교 생활통지표

④출결상황

총 수업일수 중 결석이나 지각, 조퇴, 결과 등을 얼마나 했는지를 적는 칸입니다. 1962년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3월부터 신학기가 시작되고 7월 중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9월에 2학기가 시작되었으며 12월, 1월 겨울방학을 지낸 학급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⑤통신란

담임선생님이 가정에게 또는 가정에서 담임선생님에게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는 칸으로 학생의 특이사항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학적부를 지켜라

서울고등학교 6.25전쟁 피난학교
서울고등학교 6.25전쟁 피난학교

현행 초.중.고등학교의 성적표는 학교생활기록부로 제공됩니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 모습과 발달상황을 기록하여 준영구로 보존하는 문서로 중요 학교기록물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학교생활기록부가 전자적으로 관리·보존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교직원들이 모두 수기로 작성, 관리하고 서고에 보존하였습니다. 학교에 화재가 나거나 6.25 전쟁 중 부산 피난학교로 거취를 옮겨야 할 때도 학교는 학생들의 중요 기록물인 학적부(지금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지켜내고자 했습니다.

"박노식 교감은 학적부와 학교의 중요 서류를 지게에 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날라옴으로써..."(서울고50년사 중에서)

“순간 재학생의 학적부와 학교 관계 서류 생각이 머리에 퍼뜩 떠오르지 않는가. 그 대 학적부는 궤짝 같이 생긴 나무 상자에 넣어 두었는데 무거워서 들고 나올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질질 끌고 나와서는 발길로 냅다 차서 아래로 굴렸다. 그 당시 학교가 산꼭대기에 있었던 터라 서류가 불에만 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함을 발로 차 내렸던 것이다.”(휘문 38호, 민효기 교장의 ’피난학교 화재‘ 회고 중에서)

휘문중.고등학교에서 소장 중인 1920년대 학적부
휘문중.고등학교에서 소장 중인 1920년대 학적부

| 관련 소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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