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중부기록

신학기를 앞두고 새 교과서를 받는 날, 다들 기억하시나요? 빳빳한 교과서를 받아들면 새 학년 새 학기가 실감나 설레는 마음이 든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교과서는 그 시대의 교육과정이 충실히 담겨져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교과서와 교과목 또한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함께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교과서는 그 시대의 상황을 나타내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겠죠. 「월간 중부기록」 1월은 교과서를 주제로 학교교육의 변천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소장기록 한 장면

일제강점기 교과서 : 심상소학 국어독본(1924)
일제강점기 교과서 : 심상소학 국어독본(1924)

이 책은 일제강점기의 국어교과서입니다. 여기서 국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에게 국어란 말을 당연히 우리말, 즉 한국어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교과서의 국어는 일본어를 뜻합니다.

일제는 제1차 조선교육령에서 일본어를 ‘국어’, 한국어를 ‘조선어’라고 이름을 바꾸고 일본어 교육 시간을 크게 늘려 한국어의 지위를 약화시켰습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당 총 교수시간의 5분의 2를 일본어 교육에 배당하였습니다. 반면 조선어 과목은 수업 시수를 줄이며 그 비중을 축소해갔습니다. 1938년 제3차 조선교육령 이후부터는 선택과목으로 변경되었고, 1943년 3월 발표된 제4차 조선교육령에 따라 완전히 폐지됩니다.

일제강점기 교과서 : 심상소학 국어독본(1924)
일제강점기 교과서 : 심상소학 국어독본(1924)

| 일제강점기의 교과서

일제강점기 교과서
일제강점기 교과서

일제강점기의 교과서는 일제가 시행한 식민지 교육정책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일왕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황국신민의 서사’를 강제로 외워야 했던 시대의 교과서는 식민지화를 위한 도구를 활용되었습니다.

배화여자중고등학교 조선어 수업(1934)
배화여자중고등학교 조선어 수업(1934)
경신고등학교 황국신민체조(1937)
경신고등학교 황국신민체조(1937)

현재의 도덕 교과에 해당하는 수신 과목은 일제에 대한 충성과 조선인의 황국신민화를 위한 도구로 쓰인 과목으로 일본어 교육과 함께 가장 중시된 과목이었습니다. 체육, 무도 등 체조과에 해당하는 과목은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일본의 무사 정신과 집단정신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1937년 10월부터는 그들의 전통적 무사 정신을 수련하도록 황국신민체조를 도입하였고 중등 이상의 학교에서는 육군 현역장교에게 군사 훈련을 받게하였습니다.

배화여자중고등학교 가사실습(1930)
배화여자중고등학교 가사실습(1930)
인현보통학교 실과실습(1938)
인현보통학교 실과실습(1938)

일제는 시세와 민도에 맞는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초등교육에서도 직업교육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1929년부터 보통학교에 직업 교과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습니다.

|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교과서 원조

대한뉴스 - 국정 교과서 공장 [출처: KTV]

유엔한국재건단(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UNKRA))은 1950년 12월 1일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재건을 위해 설립된 유엔 기구입니다. 일명 운크라(UNKRA)라고 불리는 유엔한국재건단은 산업·교통·통신시설의 복구와 주택·의료·교육시설의 건설 등 한국에 총 122,084,000달러 규모의 원조를 제공하였습니다.

UNKRA의 한국 재건 사업은 전쟁이 끝난 직후 1953년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UNKRA의 원조로 탄광이 개발되었고, 교과서 공급을 위한 인쇄공장, 의료 교육을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등이 건립되었습니다.

UNKRA는 한국의 교육 재건을 우선적으로 수행하였습니다. 최초의 재건 활동으로 인쇄공장을 건립하여 매년 3천만권의 교과서를 발간하여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참상을 딛고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취학률은 1946년 56%에서 1951년 91.1%, 1990년 100%로 급증하였고, 비문해율은 1930년 77.7%에서 1959년 22.1%, 1970년 7%로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출처: UN 아카이브]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출처: UN 아카이브]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출처: UN 아카이브]
국정교과서 인쇄공장 [출처: UN 아카이브]
UNKRA 원조로 발행한 교과서
UNKRA 원조로 발행한 교과서를 배부받는 학생들의 모습 [출처: UN 아카이브]

| 지금은 사라진 교과목, ‘교련’

그땐그랬지 : 80's 교련 수업 [출처: 옛날티비 : KBS Archive]

교련은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기관에 재학중인 일반 학생들에게 실시되었던 군사 관련 교육훈련 과목을 말합니다. 1969년 대학생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지정되었으며, 제식훈련, 소총 사용법, 총검술, 구급법 등을 가르쳤습니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1988년 말에 대학생 교련이 폐지되었으며, 1990년대 소련의 붕괴 등 국제적인 냉전 종식의 영향과 전사회적인 인권의식의 고양으로 인하여 고등학교에서도 1994년부터 모형 총기 등에 의한 총검술, 제식훈련 교육이 중단되었고, 이론수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결국 2002년에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교련은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으며, 과목 명칭 변경과 교육 내용 개정 등을 거치며 2014년 완전 폐지에 이르렀습니다.

고등학교 교련 교과서(1982)
고등학교 교련 교과서(1982)
1980년대 교련복(경신중·고등학교)
1980년대 교련복(경신중·고등학교)

| 1차~7차 교육과정으로 살펴보는 교과목 변천사(1954~2007)

• 1차 교육과정(1954~1963)

1차 교육과정은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현실생활을 개선하고 향상시킬 사회 개선의 의지를 강조하였습니다. 정부 수립 후 제정한 교육법의 교육 목적으로서 반공교육, 도의교육, 실업교육을 강조하고 특별활동시간을 최초로 배정하였습니다.

• 2차 교육과정(1963~1973)

2차 교육과정은 경험중심 혹은 생활중심의 교육과정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특별활동 강화와 도의교육과 반공교육을 교과활동, 특별활동과 같은 수준의 별도 영역으로 신설하고 정식 학교교육과정으로 편입, 주당 1시간 이수하도록 하였습니다.

• 3차 교육과정(1973~1981)

3차 교육과정은 국민적 자질의 함양, 인간교육의 강화, 지식·기술 교육의 쇄신을 기본 방침으로 두었습니다. 반공·도덕 활동이 없어지고 도덕과 교과로 독립, 국사도 교과로 독립하였습니다. 실업·가정과에서 '기술'을 '가정'으로 개칭하고, '가정'을 '가사'로 개칭하였습니다. 도덕 과목의 중요도를 국어보다 앞에 두어서 국민학교 교과는 도덕, 국어, 사회, 산수, 자연, 체육, 음악, 미술, 실과로 9과목이 되었습니다.

• 4차 교육과정(1982~1987)

국민학교에 통합교과서(교육과정은 각 과목마다 따로 구성)가 도입되어 초등학교 1~2학년에 바른 생활(도덕+국어+사회), 슬기로운 생활(산수+자연), 즐거운 생활(체육+음악+미술)이라는 교과서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기초 교과목의 비중을 다소 강조, 모든 교과에서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가지게 하여 직업교육 성격의 실업·가정과의 비중이 약해졌습니다.

교육과정 전반에서 반공 교육을 강조하여 도덕 교과의 경우 교과서 내용의 50% 이상을 반공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하였고, 국어 교과서의 읽기 제재와 음악 교과서의 노래부르기 제재에 6.25전쟁, 반공 관련 내용을 삽입하였습니다.

• 5차 교육과정(1987~1992)

국민학교 교육과정에 한 과목을 여러 교과서로 배우는 체제가 도입되어 3~6학년의 교과서가 도덕(도덕, 생활의 길잡이), 국어(말하기·듣기, 읽기, 쓰기), 사회(사회, 사회과탐구), 산수(산수, 산수익힘책), 자연(자연, 실험관찰), 체육, 음악, 미술, 실과(실과, 실습길잡이)로 늘어났습니다. 1~2학년에서 배우는 통합교과서는 교육과정 차원에서 통합되어 1~2학년 교육과정이 우리들은 1학년, 국어, 산수, 바른생활(도덕+사회), 슬기로운 생활(자연), 즐거운 생활(체육+음악+미술)로 통합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학교 교육과정에서 1~2학년과 3~6학년의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기술·가정 과목을 통합·신설하였고 특별활동을 강화하였습니다.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서예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서예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종이접기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종이접기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한문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한문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농구반
서울재동초등학교 특별활동 농구반

• 6차 교육과정(1992~1997)

6차 교육과정에서 특기할 사항은 편성·운영 체계의 개선입니다.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국가수준, 지역수준, 학교수준 교육과정을 명백히 구별하고, 교육부↔시․도 교육청↔학교로 이어지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체제를 강조하였습니다.

교육내용의 획일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이수 과정과 교과목을 개설하고 필수과목을 축소하는 한편, 선택과목을 확대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산수, 자연 과목이 수학, 과학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산수 과목의 보조 교과서인 산수익힘책이 수학익힘책으로 바뀌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과 3~6학년 교육과정의 연계를 강조하여 바른생활은 도덕으로, 슬기로운 생활은 사회, 과학, 실과로, 즐거운 생활은 체육, 음악, 미술로 연계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 7차 교육과정(1998~2007)

7차 교육과정은 학생중심교육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기간을 설정하여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10년 동안 모든 학교에서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후 2년간의 선택중심교육기간에는 선택교과를 선택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국어과에는 보충·심화형을, 수학과와 외국어과에는 단계형 교육과정을 채택해 수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컴퓨터 교육 내용을 강화하고, 창의적 교육 활동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숙명여자중·고등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2003)
숙명여자중·고등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2003)
숙명여자중·고등학교 영어 회화 시간(2003)
숙명여자중·고등학교 영어 회화 시간(2003)

| 관련 소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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