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중부기록

어린이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서 아주 오랜 말 같지만, 1920년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어린이'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아동문학가 방정환이 1920년, 천도교에서 발간하는 종합월간지 <개벽>에서 처음 쓴 말입니다. '어린이'라는 말은 어린이를 어른과 나란하게 놓음으로써, 독립된 존재이자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의미미가 담겨 있는 말입니다.

소파 방정환은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제정하고 이듬해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를 창간했습니다. 1923년 5월 1일에는 어린이날 기념식을 열고 어린이날을 축하하면서, 어린이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당부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책임있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임을 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월간 중부기록」 5월의 주제는 '어린이날'입니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만들어진 지 101년째 되는 해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가 창간된 지 100년 되는 해입니다. 중부학교기록을 통해, 100년 전, 나라를 빼앗기고 이 땅에서 누구도 자유롭고 온전한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없었던 시절에 더 아래로, 더 바깥으로, 더 소외되고 더 핍박받는 존재에게로 눈을 돌리던 그때 어른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으면 합니다.

| 소장기록 한 장면

배화여고보 경주 수학여행 사진
1972년 제50회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착한어린이상을 수상한 어린이들

이 기록은 1972년, 제50회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착한어린이상을 수상하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기록입니다. 서울시에서는 해마다 어린이들의 모범이 되고 남다르게 착한 일을 한 어린이들을 뽑아 표창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수상자들만 따로 자리를 만들어두고 앉아서 함께 촬영했습니다.

착한 어린이상을 받는 이유들이 흥미롭습니다. 1967년, 제45회 어린이날 기념식을 다룬 기사에서 어떤 이유로 착한어린이상을 받게 되었는지 그 이유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매동초 6학년 정승희는 반장으로서, 가정 형편이 딱한 같은 반 친구에게 학용품을 대어주고, 아플 때 약을 사주었고, 동대문초 3학년 김영란은 집안일을 많이 거들었고, 언북초 6학년 김선규는 길에 쓰러진 동네 아이를 보고는 들쳐업고 1km 거리를 달려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목숨을 구했고, 염창초 홍용래는 보호시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매일 아침 시설 안에 있는 동생들 세수를 시켜주었습니다. 또, 불광초 진영희는 불광시장 앞길에 떨어져 있던 현금 6300원을 주워 파출소에 맡겨서 주인을 찾아주었습니다.

과연, 착한 어린이상을 받을 만하였지요?

어린이날 표창받을 착한 어린이 보도기사
JEN-4303 서울 매동초 교육활동사진첩-134

| 100년 전 어린이날 행사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날 행사는 어린이날을 제정한 1922년 이듬해에 방정환 선생을 중심으로 한 조선소년운동협회 주최로 치러졌습니다. 1923년 5월 1일 오후 3시에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렸지요. 당시 행사 소식을 담은 동아일보 기사에는 '천도교소년회 주최의 소년보호운동은 예정과 같이 성대히 거행하였는데, 처음에는 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하여 매우 승강이를 하였으나, 오후 한 시에 이르러 다행히 선전서 배포와 시가 선전의 허가를 얻게 되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누구도 자유롭고 존중받기 어려웠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가장 소외받고 가장 인권의 바깥에 내던져진 어린이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어린이 운동가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제1회 어린이날 행사포스터
1923년 동아일보에 실렸던 제1회 어린이날 기념식 홍보 포스터(독립기념관 소장)
어린이날 보도기사
1923년, 제1회 어린이날 기념행사 소식을 담은 동아일보 기사

당시 행사를 위해 천도교소년회 회원들은 여러 대로 나누어 종로를 중심으로 탑골공원, 전동(현 조계사 부근), 교통, 광화문통 등 각처에서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며 어린이날의 취지를 선전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자동차에 '어린이의 날' '소년보호' 등의 문구를 크게 써서 붙이고 어린이날 선언문도 배포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지금 시대에도 울림이 큽니다.

  1. 어린 사람을 헛말로 속이지 말아 주십시오.
  2. 어린 사람을 늘 가까이 하시고 자주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3. 어린 사람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십시오.
  4. 어린 사람에게 수면과 운동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십시오.
  5.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6. 나쁜 구경을 시키지 마시고 동물원에 자주 보내주십시오.
  7. 장가와 시집보낼 생각 마시고 사람답게만 하여 주십시오.
어린이날 선언문
1922년 천도교소년회가 발표한 어린이선언문(동아일보)

| 어린이날 기념행사-우량아 선발대회

어린이날 기념식은 어린이 대표가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을 낭독하고 '착한어린이, 청소년' 시상이나 체육대회, 웅변대회, 글짓기대회, 가장행렬, 묘기시범, 불꽃놀이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1965년 서울시와 대한소아과학회가 주최한 '베이비서울 우량아 선발대회'도 그런 부대행사들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1960년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우량아선발대회가 치러졌습니다. 우량아 선발대회라고는 해도 몸집이 무조건 큰 아기를 뽑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당 연령대에 맞게 성장하고 몸 전체가 고루 균형있게 건강한 아기를 우량아라고 평가했지요. 우량아선발대회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 어린이들이라도 튼튼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우량아선발대회
소장기록, 1969년 어린이날에 열린 우량아선발대회
우량아
1965년 우량아선발대회 심사를 위해 소아과에서 아기와 함께 기다리는 모습
우량아
1964년 우량아 선발대회의 이지희 아동 심사 모습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 MBC '라떼말이야'

| 어린이날 기념행사-리틀미스 선발대회

1960년 매동초등학교에서는 리틀미스 선발대회가 열렸습니다. 리틀미스 선발대회는 어린이들의 정서와 신체의 건실한 발달에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4세에서 7세 사이의 유년부와 8세에서 13세 사이의 아동부로 나누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1957년에 제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된 이후 인기를 얻자 그 분위기를 옮겨와 기획된 행사이기도 합니다.

리틀미스선발대회
JEN-4344-1960년, 서울매동초등학교에서 열린 리틀미스선발대회
리틀미스선발대회
JEN-4417-1968년, 서울매동초등학교에서 열린 리틀미스선발대회

| 관련 소장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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